1편에서 이어집니다.
오늘은 조화급수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중요한 급수이며 앞으로 계속 나올 예정입니다.
본의 아니게 존대말과 반말을 섞어쓰게 될 듯 하군요;; (증명부를 존대말로 하는건 어색...)
조화급수는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쉽게 말해 자연수의 역수의 합입니다.
또는 아래와 같이 정의할 수도 있겠네요.
이제 조화급수의 성질 몇 가지를 보겠습니다.
1. 조화급수는 발산한다.
즉, 자연수의 역수의 합은 발산한다는 겁니다. 항이 많아질수록 더해지는 값은 작아지니 언젠가 수렴하지 않을까 싶지만, 기대와는 달리 발산합니다. 증명은 간단합니다.
마지막 줄이 발산하므로 H∞도 발산합니다.
잠깐, 괄호로 묶는 항의 개수가 점점 늘어나니 아주 뒤쪽으로 가면 괄호로 묶는 항 개수가 무한대가 되면서 수렴할 수도 있지 않냐구요? 그에 대한 답은 이렇게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떤 급수가 '발산한다'는 말은 다음처럼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큰 수 N을 정해도, 급수는 언젠가 N보다 커진다."
위 식을 보면, 아무리 큰 수 N을 정해도 조화급수가 언제 N보다 커지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건 곧 조화급수가 발산한다는 뜻이 됩니다. 중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수렴, 발산 등의 개념은 엄밀성이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점점 가까워진다'라던가 '무한대로 커진다'라는 말은 수학적이지 못합니다. 저도 대학교 1학년 미적분학 수업 때 입델을 처음 접하고 멘붕에 빠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언제 따로 다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위 증명을 통해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게 있죠. 항의 값이 0으로 수렴함이 급수의 수렴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 물론 역은 성립합니다. 급수가 수렴하면 항은 당연히 0으로 수렴합니다. 참고로 조화급수는 굉장히 느리게 발산합니다. 조화급수가 15를 넘는데 필요한 항의 개수는 백만개가 넘고, 100을 넘는데 필요한 항의 개수는 15×1042개가 넘습니다.
아, 시간이 남는 + 코딩 하시는 분들은 조화급수 그래프를 그려보세요. 더하는 항을 single precision으로 했을 때와 double precision으로 했을 때 차이를 확인해보시길. (활성비타민을 먹은 날과 안 먹은 날의 차이를 화...)
2. 조화급수는 증가하는 과정에서 n=1을 제외하고는 정수가 되지 않는다. 또한 임의의 부분급수도 정수가 되지 않는다.
이 증명의 키는, Smn을 통분했을 때 분자는 홀수, 분모는 짝수가 된다는 것을 보이는 겁니다. 두 단계로 나눠서 증명하겠습니다.
1) m, m+1, m+2, ..., n을 인수분해하면 2의 최고차 항이 유일하게 존재한다.
2의 최고차 항이 유일하지 않다면, 그리고 2의 최고차수가 a라면 A={m, m+1, m+2, ..., n} 중에는 2a로 나눠지는 항이 적어도 2개 있다. 이를 2a×b1, 2a×b2라 하자. (b1, b2는 서로 다른 홀수) b1, b2를 어떻게 선택하든 b1과 b2 사이에는 짝수가 있으므로 A에 2a+1이 있음을 의미한다. 모순.
2) Smn을 통분하면 분자는 홀수, 분모는 짝수가 된다.
분모는 명백하게 짝수다. 따라서 분자가 홀수임을 확인하면 된다. A의 원소 중 2의 최고차 항을 k라고 하자. 그럼 통분 과정에서 1/k의 분자는 홀수가 된다. (∵ 소수는 2를 제외하면 모두 홀수이니까) 그리고 나머지 항은 통분 과정에서 분자가 짝수가 된다. (∵ 2의 차수를 맞추기 위해 분자에 2를 곱해야 하므로) 따라서 전체 항의 분자는 (짝수+짝수+...+짝수+홀수)의 꼴이 되어 홀수가 된다.
결과적으로 Smn을 통분하면 홀수/짝수의 꼴이 되어 정수가 될 수 없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 증명을 이용하여 '수렴하는 무한급수의 정수 여부 또는 유리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아쉽게도 동작하지 않습니다. 쉽게 생각해보면, ∑(1/2)n은 계산 과정에서 항상 홀수/짝수 형태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 수열은 1로 수렴합니다. 이 증명 방법은 유한한 개수의 급수일 때만 유효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무한을 다룰 때는 조심하는 게 좋겠지요. (절대 제가 이 방법으로 뭔가 해보려다가 좌절을 맛보고 하는 얘기가 아닙...)
3. Hn(n≥7)은 무한소수이다.
H1=1, H2=1.5, H6=2.45를 제외한 모든 경우는 무한소수가 됨을 보이겠습니다. H3, H4, H5야 직접 계산해보면 될테니 n이 7 이상인 경우에 대해 증명하면 됩니다. 그 전에 우선 알아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베르트랑 공준이라 불리는 정리입니다. (선글라스를 낀 프로게이머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임의의 정수 n≥2에 대해, n<p<2n을 만족하는 소수 p가 반드시 존재한다."
증명은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고, 일단 이 정리를 이용만 하겠습니다.
H7=363/140은 명백히 무한소수이다. 그리고 분모가 7을 소인수로 갖는다. 이제 Hn(n≥7)을 기약분수로 다음과 같이 나타낸다고 하자.
유한소수가 되려면 분모의 소인수가 2와 5만 있어야 한다. 따라서 n≥7일 때 bn이 2와 5 외에 다른 소수를 소인수로 가짐을 보이면 된다. 정확히는 다음을 증명할 것이다.
n 이하의 가장 큰 소수 p가 bn의 소인수라면 Hn+1의 분모는 p 또는 p보다 큰 소수를 소인수로 갖는다.
우선 Hn+1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i) n+1이 소수라면 분자의 bn은 n+1로 나눠지지 않으므로 위 형태 그대로 기약분수이다. (∵ bn을 이루는 소수들은 분자의 뒷 항인 bn은 나누지만 앞 항에서 n+1을 나눌 수 없고, n+1은 앞 항인 an(n+1)은 나누지만 뒷 항인 bn을 나눌 수 없으므로 분모와 분자 사이에 공약수는 없다.) 따라서 Hn+1의 분모는 n+1을 소인수로 갖는다.
ii) n+1이 소수가 아니라면 n+1<2p (∵ 베르트랑 공준에 의해 p와 2p 사이에는 반드시 소수가 있어야 하므로 n+1≥2p라면 n 이하의 가장 큰 소수가 p라는 것이 모순이 됨) 따라서 분자에서 bn은 p의 배수이지만 an(n+1)은 p의 배수가 아니다. 따라서 Hn+1은 ― 기약분수냐 아니냐에 따라 상관없이 ― p로 약분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Hn+1의 분모는 p를 소인수로 갖는다.
i), ii)에 의해 Hn(n≥7)은 기약분수로 나타냈을 때 분모가 7 이상의 소수를 소인수로 가지므로 무한소수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없지만 관련된 정리(?) 하나를 올립니다. 관련 내용은 여기에 있습니다.
4. 다음을 만족하는 함수 H(x)는 유일하다.
쉽게 말해, 조화급수를 양의 실수 전체에 대해 확장하는 겁니다. 조화급수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면서 정의역을 자연수에서 모든 양수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세 특성을 만족하는 함수는 유일합니다. (세 번째는 단조증가 함수임을 뜻합니다.)
증명은 간단합니다.
위의 세 특성을 모두 만족하지만 서로 같지 않은 두 함수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 두 함수를 H1(x), H2(x)라고 합시다. 그럼 어느 한 x값에서는 두 함수의 값이 다를 겁니다. 이 x 값을 x0라고 하고 이때 두 함수값의 차이를 D>0라고 합시다.
그럼 두 번째 조건에 의해 임의의 자연수 N에 대해 다음이 성립합니다.
첫 번째 조건이 있으니 x0는 정수가 아닐겁니다. 그럼 다음을 만족하는 정수 M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 세 번째 조건에 의해
즉, H1(x0+N)과 H2(x0+N)가 폭 1/(M+1)인 공간에 같이 껴있습니다. 이제 N을 충분히 크게 하면 M도 충분히 커질 것이고 그럼 두 값의 차이가 D보다 작아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모순 발생!
조화급수를 직접 계산해보면서 아래 특징들을 발견했습니다...만, 아직 증명/반증하진 못했습니다. 좀 더 연구해보고 차차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조화급수의 분자, 분모는 여기에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Hn=an/bn일 때 (an와 bn는 서로소)
- n≥9일 때 bn은 n 이하의 모든 소수를 소인수로 가질까?
- bn의 수열을 보면 연속으로 같은 값일 때가 있는데, 어떤 의미일까?
- p가 소수이면 app-bp는 항상 p4의 배수일까?
- p가 소수이면 ap-1는 항상 p2의 배수일까?
퍼가실 땐 출처를 밝혀주세요. 댓글 토론 환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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